100% 무료 포토샵 출시
송찬우 5분 분량
이틀 전 (9/13), Reddit에 r/vibecoding 채널에 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GPT-6 Astra로 포토샵을 대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구요.
이름은 Proton Studio로 출시했습니다. 반응을 보니 거의 미쳤습니다.
먼저 뭐가 되는지부터 보면, 생각보다 갖출 건 갖췄습니다. 레이어와 그룹, 마스크, 조정 레이어, 스마트 오브젝트, 레이어 효과가 다 있고요. PSD 파일을 레이어를 유지한 채로 열고 다시 저장할 수 있습니다. Liquify로 이미지를 변형하고, Curves로 밝기와 대비를 조정하고, 포토샵 단축키도 상당수 그대로 씁니다.
그리고 전부 내 컴퓨터에서 돌아갑니다. 업로드 단계도, 대기열도, 계정도 없습니다. 피사체 선택이나 배경 제거 같은 기능까지 로컬에서 처리하고요. macOS, Windows 11, Linux 전부 지원하고 완전 무료입니다. 유료 등급도, 잠긴 기능도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흥미로웠던 건 결과물보다 만든 과정이었습니다.
(주목할 만합니다!)
개발자가 다섯 단계로 정리해뒀는데요.
먼저 포토샵의 모든 기능에 대해 딥 리서치를 돌렸습니다. 코딩부터 시작한 게 아니라 조사부터 시작한 거죠. 그 보고서를 gpt6-astra에 최대 연산 수준으로 넣어서 개발 계획을 짜게 했고요. 그 계획을 읽고 피드백을 주면서 고쳤습니다. 그러면 돌아가긴 하지만 불안정한 첫 버전이 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버그를 찾아 고치는 사이클을 반복했습니다.
여기서 사람의 역할이 에디터를 직접 써보고 문제를 설명하는 것으로 줄어들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손으로 쓴 코드가 한 줄도 없다고 합니다.
토큰 비용은 약 2,000달러가 나왔습니다.
계산이 안 맞죠. 포토샵 구독료 몇 년치입니다.
그런데 출시 첫 24시간 만에 활성 사용자 170명이 붙었습니다. 개발자는 이걸 “170개의 아낀 라이선스”로 환산하더군요.
애초에 돈이 목적도 아니었습니다. 이전 회사를 7자리 금액에 매각했고 지금은 인수한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무료로 유지하고 프리미엄 요금제는 없을 거라고 했고요. 다만 나중에 After Effects 같은 더 큰 프로그램까지 손대게 되면 그때는 일회성 요금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목표는 “AI의 속도로 발전하는 에디터”를 만드는 거라고 하네요. 요즘 Adobe가 자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이 주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출시 당일에 있었습니다.
사용자들이 다운로드 링크를 못 받는다는 불만이 터졌는데, 원인이 재밌었습니다. 모든 방문자가 서버의 같은 프록시 주소 하나로 집계되는 바람에, 시간당 20통이라는 제한이 전체에 한꺼번에 걸린 거였습니다.
문제 파악부터 배포까지 약 5분이 걸렸고, 이것도 AI 에이전트가 처리했습니다. 제한이 방문자마다 따로 적용되도록 다시 쓴 거죠.
만드는 것도 AI, 터진 걸 고치는 것도 AI. 실시간으로 “AI 속도”를 증명한 셈입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데모 영상에 나오는 건 기본 편집과 이미지 위에 텍스트 얹기 정도입니다. 파일 가져오기와 내보내기는 보여주지 않았고요. 개발자 본인도 원본보다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인정했는데, 뒤집어 보면 지금 테스트를 하고 있는 건 실사용자들이라는 뜻입니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무료 편집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예요. Affinity는 하나로 통합되면서 완전 무료가 됐고, Photopea는 한 사람이 만들어 광고로 운영되고 있고, GIMP와 Krita, Paint.NET도 건재합니다. Pixelmator Pro는 Apple이 사갔고요. 2주 만에 만든 클론이 수십 년간 발전한 도구들과 겨뤄야 합니다.
그리고 회의론자들이 짚는 지점이 하나 더 있는데, 이게 제일 날카로웠습니다.
포토샵은 닫혀 있고, GIMP는 열려 있습니다. 이런 편집기를 만들어내는 모델들이 학습한 건 결국 GIMP의 코드라는 거죠. “포토샵을 대체했다”기보다 “GIMP를 다시 조립했다”에 가깝다는 지적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 사례가 계속 남습니다.
2주와 2,000달러로 만든 물건이 수십 년짜리 제품과 같은 링에 올라섰다는 것. 그게 이겼다는 뜻은 아니지만, 링에 올라가는 비용이 이 정도로 떨어졌다는 건 분명하니까요.
혹시 써보실 분들을 위해 두 가지만 말씀드리면, 다운로드는 운영체제를 고르고 이메일로 링크를 받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안정성을 인정한 만큼, 중요한 원본 파일로 바로 작업하시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사본으로 먼저 열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