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 나스닥 상장 신고서 제출
송찬우 4분 분량

Anthropic이 10월 26일(미국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 서류인 S-1을 공개 제출했습니다. 비상장 회사였던 Anthropic의 회계 기준 실적이 이 서류로 처음 공개됐어요. 2026년 상반기(6월 30일까지 6개월) 매출은 162억 8600만 달러(약 21조 5600억 원)입니다. 1년 전 같은 기간 11억 6300만 달러(약 1조 5400억 원)에서 약 14배, 증가율로는 약 1300%예요.
그런데 같은 기간 순손실은 807억 4800만 달러(약 106조 9000억 원)입니다. 매출의 약 5배에 이르는 손실이라 숫자만 보면 이상합니다. 이 글에서는 S-1에서 AI 개발자와 FDE, 그리고 Claude를 업무에 들이려는 기업 고객이 실제로 읽어 볼 만한 숫자를 골라 정리했습니다.
아직 상장한 것은 아닙니다.
S-1은 상장을 신청하는 등록 서류입니다. Anthropic은 Class A 보통주를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ANT라는 종목 코드로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공모가와 주식 수, 상장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등록의 효력도 아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상장을 마친 상태가 아니라 상장 절차를 공개적으로 시작한 단계입니다. 서류에 확정된 기업 가치도 없어서 이 글에서는 몸값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매출은 연환산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인식한 매출입니다.
Anthropic 매출을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연환산 매출(run-rate)은 S-1이 따로 정의해 둔 지표입니다. 측정일 직전 28일 동안의 사용량 기반 매출에 13을 곱하고, 그날 기준 월 구독료 합계에 12를 곱해 더한 값입니다. 특정 시점의 속도를 1년으로 늘려 본 운영 지표예요.
반면 162억 8600만 달러(약 21조 5600억 원)는 회계 기준(GAAP)에 따라 실제로 인식한 6개월 매출입니다. 사용량 요금은 고객이 토큰을 쓴 만큼, 구독료는 구독 기간에 나눠서 매출로 잡아요. 그래서 이 숫자를 연환산 매출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거나, 상반기 숫자에 2를 곱해 올해 매출을 짐작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반기 숫자는 감사를 받지 않은 중간 재무제표 기준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순손실의 약 90%는 현금이 나간 돈이 아닙니다.
807억 4800만 달러(약 106조 9000억 원) 순손실 안에는 전환사채, 파생상품 부채, SAFE의 공정가치 변동으로 잡힌 비용 723억 8800만 달러(약 95조 8300억 원)가 들어 있습니다. 순손실의 약 90%예요. SAFE는 나중에 지분으로 바뀌는 조건으로 받은 투자금입니다. 이런 상품은 보고 기간이 끝날 때마다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하는데, 회사 가치가 오르면 투자자에게 넘겨줘야 할 몫의 가치도 커지니 장부에는 비용으로 잡힙니다. S-1도 이 비용이 주로 기업 가치 상승 때문에 생겼다고 설명해요.
그래서 이 숫자를 현금 소진(cash burn)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이번 손실의 대부분은 회사가 돈을 써서 생긴 게 아니라 회사 가치가 올라서 생긴 장부상 비용이에요. 다만 S-1은 전환사채가 지분으로 바뀌거나 상환될 때까지 공정가치 변동을 계속 인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기업 가치가 크게 움직이면 다음 분기 순손실도 크게 출렁일 수 있습니다.
본업 손실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회사 영업만 떼어 본 영업손실은 6억 9300만 달러(약 9175억 원)입니다. 1년 전 상반기 21억 3500만 달러(약 2조 8300억 원)의 약 3분의 1이에요. 매출이 14배 느는 동안 영업손실은 줄어든 셈입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9억 2900만 달러(약 5조 2000억 원) 플러스였습니다. 그런데 S-1은 이 개선이 비현금 항목을 뺀 손실이 줄어든 데다, 공급업체에 돈을 치르는 시점과 고객에게서 돈을 받는 시점에 따른 운전자본 변화가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해요. 청구와 수금, 지급 조건에 따라 출렁이는 숫자라서, 한 반기 현금흐름이 플러스라고 해서 꾸준히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됐다고 보기는 이릅니다.
컴퓨트 비용을 원가로 읽으면 안 됩니다.
상반기 비용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은 컴퓨트와 인프라 89억 4500만 달러(약 11조 8400억 원)입니다. 매출의 절반을 조금 넘는 규모예요. 이 숫자를 API 원가로 보고 마진을 계산하고 싶어지는데, 그렇게 읽으면 틀립니다. S-1에 따르면 이 항목에는 고객 요청을 처리하는 서빙뿐 아니라 연구, 모델 개발, 사내 Claude 사용까지 모든 작업에 드는 컴퓨트가 함께 들어 있어요. 학습과 서빙이 한 항목에 섞여 있으니, 이 숫자만으로 토큰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드는 값을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Amazon과는 10년짜리 최소 지출 약속을 맺었습니다.
Anthropic은 2026년 4월 Amazon과 계약을 맺고, 2026년 5월부터 2036년 4월까지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최소 1100억 달러(약 145조 6300억 원)를 쓰기로 했습니다. 덜 쓰면 차액을 Amazon에 정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조정과 예외가 붙어 있어요. Amazon이 중대한 계약 위반을 바로잡지 않는 경우를 빼면 취소할 수도 없습니다.
이 금액은 상반기 비용도 아니고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도 아닙니다. 10년에 걸쳐 나눠 쓰기로 한 최소 지출 약속이에요. 고객 입장에서는 Anthropic이 앞으로 쓸 컴퓨트를 장기 계약으로 묶어 두었다는 뜻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와 상관없이 지켜야 할 고정 약속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의사결정은 창업자와 장기이익신탁이 나눠 쥡니다.
공익법인(PBC)인 Anthropic은 상장 직전에 Class F 주식 딱 1주를 공동창업자들이 만든 LLC에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 LLC의 첫 구성원은 Dario Amodei, Daniela Amodei를 포함한 공동창업자 7명이에요. 이 1주는 주주총회 일반 안건에서 전체 의결권의 50.1%를 행사합니다. 여기에는 Class T 이사를 뺀 나머지 이사 선임도 들어가요. 대신 배당 같은 경제적 권리는 없습니다.
이사회 과반은 따로 정해집니다. 장기이익신탁(LTBT)은 Class T 주식으로 Class T 이사를 뽑고 해임할 수 있는데, 이 이사들이 이사회 정원의 과반을 차지해요. 공모로 팔릴 Class A 주식은 1주에 1표입니다. 결국 상장 뒤에도 주주총회 일반 안건의 과반은 창업자 LLC가, 이사회 과반은 LTBT가 쥐는 구조입니다.
고객이 이 서류에서 읽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습니다.
Claude를 업무 시스템에 붙이는 기업이라면 S-1은 공급업체를 평가하는 자료로 쓸 만합니다. 인식 매출의 규모와 성장, 영업손실의 방향, 장기 컴퓨트 약정, 그리고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인지가 모두 공시 서류로 나왔기 때문이에요. 서류에는 이 서비스를 고객이 내려받거나 자체 서버에서 돌리는 방식으로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로 써도 웹과 API에서 쓰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받는다는 점도 적혀 있습니다. 온프레미스를 요구하는 고객과 이야기하는 FDE라면 먼저 챙겨야 할 대목입니다.
반대로 이 서류로 알 수 없는 것도 분명합니다. API 값이 오를지, 사용 한도가 바뀔지, 장애가 줄어들지는 재무 숫자에서 바로 끌어낼 수 없어요. 컴퓨트 약정이 크다고 용량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손실이 줄었다고 값이 내려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 조건은 각자 맺은 계약과 Anthropic의 공지로 확인해야 합니다.
원화 환산은 10월 26일 오전 9시 2분(한국 시간)에 갱신된 공개 기준 환율 1달러당 1323.90원으로 계산한 참고값입니다.
이번 S-1로 Anthropic은 추정치가 아니라 장부로 이야기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공모가와 주식 수가 정해지고 등록이 효력을 얻기까지 서류는 몇 번 더 고쳐질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매출과 영업손실, 컴퓨트 약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따라가 보면 AI 회사의 사업 구조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듯싶습니다.
https://www.sec.gov/Archives/edgar/data/2130357/000162828026067168/anthropicpbc-sx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