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에서 구현한 초파리의 신경지도
송찬우 5분 분량

지난주(9/3) 생명과학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 Cell에 초파리 수컷의 중추신경계 전체를 그린 신경지도가 실렸습니다. 뉴런 하나하나가 어느 뉴런과 시냅스 몇 개로 이어져 있는지를 전부 그린 지도로, 학계에서는 커넥톰(connectome)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지도는 단순히 뉴런들의 연결 구조가 아니라, 양쪽 시엽, 그리고 척수에 해당하는 배쪽신경삭까지 한 마리의 신경계를 통째로 담고 있어요. 뉴런 166,700개, 시냅스 연결 1억 2,500만 개, 세포 유형 11,710가지. 재넬리아(HHMI)가 2008년에 시작했으니 18년 걸렸고, 케임브리지, MRC LMB, 구글 리서치가 같이 했습니다.
숫자보다 ‘전체’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초파리 신경지도는 2020년 반쪽 뇌(뉴런 2만 5천 개), 2024년 암컷 뇌 전체(약 14만 개), 2024년 수컷 몸통 신경처럼 부위별로 따로 나왔어요. 이번엔 목 부분의 신경 다발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어서, 눈으로 들어온 신호가 다리 근육까지 어떤 경로로 가는지 한 개체 안에서 끝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뇌를 전자현미경으로 얇게 썰어 수백만 장을 찍으면, 단면마다 뉴런들의 잘린 흔적이 회색 얼룩처럼 남습니다. 이 얼룩이 위아래 장에서 어느 뉴런으로 이어지는지 전부 맞춰야 3D 배선도가 되는데, 사람 손으로만 하기엔 양도 너무 많고, 단면 사진으로 위아래 사진과 비교해 3D 지도를 만들어야 하니, 너무 어렵습니다.
여기서 구글 리서치의 flood-filling network가 나옵니다. 포토샵의 ‘페인트 통’ 도구를 딥러닝으로 만든 거라고 보면 됩니다. 뉴런 안쪽에 점 하나를 찍으면 3D 합성곱 신경망이 “옆 픽셀이 같은 뉴런인가”를 판단하며 가지 끝까지 영역을 채워 나가고, 하나가 끝나면 다음 점으로 넘어갑니다. 예전처럼 세포막 경계를 한꺼번에 예측하고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보다 ‘뉴런 두 개가 붙거나 하나가 끊기는 오류’가 훨씬 적어서, 2019년 첫 초파리 뇌 자동 재구성부터 이번 지도까지 이 계열 기술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은 사람입니다. AI가 채운 뉴런을 사람이 하나하나 검증하고 이름을 붙이는데, 구글 블로그가 “형태를 검증하고 주석 다는 데만 수년의 인력이 든다”고 쓸 정도예요.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완벽한 설계도가 있다면, 그걸 그대로 돌리면 뇌가 작동할까요? 하다못해, 시각, 촉각 등의 정보들을 어떻게 주입해주고, 뇌가 인터랙션 하게 만들까요?
마침 ChatGPT-6 Astra가 출시하여, Astra로 시도해본 사람이 있습니다. NeuroCraft Fly라는 프로젝트인데, 이 신경지도를 뉴런 166,700개, 방향성 엣지 25,582,938개 그대로 마인크래프트에 올리고 파리 한 마리에 연결했어요. 플레이어가 붓으로 파리를 문지르면 입력이 신경망으로 들어가고, 활동을 읽어낸 판독기가 몸 동작 프로그램을 골라 파리가 그루밍을 합니다. 접근, 몹, 붓질, 공격, 먹이, 빛 여섯 가지 입력이 있고, 화면 구석 HUD에는 LC4(다가오는 물체를 감지하는 시각 뉴런)와 TTMn(점프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뉴런)의 활동값이 실시간으로 찍힙니다.
아직 코드나 모드가 공개되진 않았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하나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더라구요. 이 파리가 진짜 초파리 뇌처럼 생각해서 움직이는 건 아니라고, 깃허브 첫 화면에 못 박아 뒀습니다. 붓질이 신경망에 어떻게 전달되는지, 신호가 어떻게 번지는지는 개발자가 세운 가정이고, 신경망의 어느 부분을 읽을지도 사람이 골랐고, 그루밍 같은 몸동작은 미리 만들어 둔 애니메이션이에요. 신경망은 그중 어떤 동작을 틀지 고르는 스위치 역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검증 실험을 붙였습니다. 배선을 무작위로 뒤섞은 파리와 감각 입력을 아예 끊은 파리에게 똑같이 붓질을 해보는 거예요. 배선을 엉망으로 섞어도 반응이 같다면 그 반응은 배선도 덕이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실제로 일부 반응은 섞어도 남았고, 입력을 끊어도 기본으로 돌아다니는 동작은 나온다고 적어뒀습니다. 반대로 탈출 회로를 건드려 봤더니, 거대섬유라 불리는 명령 뉴런에서 점프 근육을 움직이는 뉴런까지 신호가 평소의 35배로 뛰며 네 단계를 타고 번졌는데, 이건 실제 초파리의 탈출 반사 경로와 모양이 같습니다. 그런데도 “생물학적 검증은 아니다”라고 다시 못을 박고, 신경망으로 조종한 결과가 단순 컨트롤러보다 오차가 95배 컸다는 것까지 그대로 써놨어요.
정리하면 신경지도는 말 그대로 지도이지 엔진이 아닙니다. 어느 뉴런이 어느 뉴런에 시냅스 몇 개로 붙어 있는지, 예측된 신경전달물질이 무엇인지까지는 알지만, 신호가 실제로 얼마나 세게 어떤 타이밍으로 넘어가는지, 신경조절물질이 상태에 따라 무엇을 바꾸는지는 지도에 없습니다. 마인크래프트 파리가 그루밍을 하는 건 그 빈칸을 사람이 가정으로 채웠기 때문이고, 그걸 숨기지 않은 게 이 프로젝트의 미덕이에요.
그럼 다음 벽은 뭘까요. 구글은 제브라피시 전뇌와 쥐 뇌 일부를 다음 목표로 잡았고, 사람은 뉴런 860억 개라 아직 손을 못 댑니다. 초파리 쪽은 이제 지도가 다 있으니, 남은 건 그 위에서 실제로 무엇이 흐르는지 채워 넣는 일입니다. 참고로 데이터는 전부 공개라, R 패키지(natverse/malecns) 몇 줄로 뉴런 하나를 불러와 3D로 그려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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