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개발자를 대체하기는커녕, 연봉 5억 주고 모셔갑니다
송찬우 10분 분량
요즘 FDE라는 말 많이 들어 보셨죠? AI 회사들이 몇억씩 주고 모셔 간다는 바로 그 직업이요.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좀 헷갈립니다. 고객사에 들어가 AI 도입을 돕는다니 컨설턴트 같기도 하고, 직접 코드를 짠다니 개발자 같기도 하고요.
몸값부터 어마무시합니다. AI가 개발자 일을 대신할 거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정작 AI를 만드는 회사들은 이 사람들을 못 구해서 난리예요. OpenAI는 기본급 최대 6억 원, Anthropic은 최대 5.5억 원을 걸고 사람을 찾습니다. 구글도 같은 직함으로 뽑고 있고요.
FDE는 Forward Deployed Engineer의 줄임말입니다. 10월 12일에 OpenAI 채용 페이지에서 ‘forward deployed’로 검색해 보니 공고 811개 중 32개가 나왔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고객사에 들어가 일하는 개발자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전방에 배치된 엔지니어’입니다. 회사 안에서 제품을 만드는 대신, 고객사에 직접 들어가 그 회사 일에 맞춰 AI를 붙이는 사람이에요.
회사 일은 매뉴얼대로만 돌아가지 않잖아요. 진짜 일하는 방식은 문서 어디에도 없고 담당자들 머릿속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FDE는 그걸 현장에서 직접 보고 파악합니다. 그다음 어디에 AI를 쓸지 고객과 같이 정하고, 코드를 짜서, 실제 업무에서 돌아가게 만드는 데까지 책임지죠.
컨설턴트와 헷갈릴 만도 합니다. 고객사의 일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하는 건 똑같거든요. FDE 공고를 모아 보여 주는 FDE Pulse에서 공고를 많이 낸 회사를 봐도, 구글 바로 다음이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예요. 차이는 끝에서 납니다. 컨설턴트의 결과물이 보통 무엇을 바꿀지 정리한 보고서라면, FDE는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남깁니다.
고객사에서 일하다 보니 출장도 많습니다. OpenAI 서울 공고에는 출장이 50%라고 적혀 있고, Anthropic 공고에도 고객사 출장이 25~50%라고 나와 있어요. 사무실보다 고객사에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죠.
시작은 팔란티어였습니다.
이 방식을 처음 키운 곳은 데이터 분석 회사 팔란티어입니다. 정부나 군처럼 현장에 들어가야 일을 알 수 있는 고객을 상대하면서 엔지니어를 고객 옆에 붙여 보냈죠. 팔란티어는 지금도 이 직무를 ‘Forward Deployed Software Engineer’라는 이름으로 뽑습니다.
팔란티어가 대단한 건 이 엔지니어들로 돈을 버는 방식입니다. 국내에서 처음 팔란티어를 구축해 본 변우철 KT 본부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팔란티어가 프로젝트마다 파견 엔지니어를 무조건 보낸다고 했어요. 그런데 팔란티어가 정말로 파는 건 엔지니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구독입니다. 상장 서류에 시범 운영은 무료나 싼값에 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적었을 정도예요. 엔지니어가 팔란티어 소프트웨어 위에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나면, 고객은 그걸 계속 쓰려고 몇 년짜리 구독 계약을 맺게 되죠. 요금도 쓰는 만큼이 아니라 정해진 금액을 내는 방식이라, 변 본부장은 ‘휴대폰 요금제처럼’ 최대한 많이 써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계약 규모도 억 단위를 훌쩍 넘습니다. 팔란티어는 올해 2분기에만 100만 달러(약 13.5억 원)가 넘는 계약을 220건, 1,000만 달러(약 135억 원)가 넘는 계약을 73건 따냈어요.
한번 들이면 빼기도 어렵습니다. 2017년 뉴욕 경찰이 IBM과 함께 만든 새 시스템으로 갈아타려 하자, 팔란티어가 그동안의 분석 결과를 다른 시스템에서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넘겨주지 않아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팔란티어는 그게 자기네 지식재산이라는 입장이었고요.
AI가 좋아질수록 이 사람들이 더 필요해집니다.
AI 모델은 빠르게 좋아졌는데, 회사들이 그걸 실제 업무에 붙이는 단계에서 자주 막힙니다. 데이터는 흩어져 있고, 보안 규칙은 까다롭고, 일하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AI 회사가 아예 사람을 보내 끝까지 붙여 주는 겁니다.
수요는 숫자로도 보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9월 사이 FDE 채용 공고가 800% 넘게 늘었습니다.
OpenAI는 아예 FDE 회사를 세웠습니다.
OpenAI는 지난 5월 ‘OpenAI Deployment Company’라는 별도 회사를 세웠습니다. 기업이 AI를 실제 업무에 들이도록 돕는 회사예요. TPG를 비롯한 투자사와 컨설팅사 19곳에서 40억 달러(약 5.4조 원) 넘게 투자를 받았고, FDE와 배포 전문가 약 150명이 일하는 컨설팅 회사 Tomoro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숙련된 FDE를 한꺼번에 데려오려고 회사를 통째로 사는 셈이죠.

연봉도 공고에 나와 있습니다. 1달러 1,350원으로 계산하면 OpenAI 미국 FDE 기본급은 18만 5천~30만 달러, 약 2.5억~4억 원입니다. 보안 쪽 FDE는 최대 44만 5천 달러, 약 6억 원까지 적혀 있고요. 여기에 주식은 따로 줍니다.
Anthropic은 ‘창립 멤버 FDE’를 찾습니다.
Anthropic의 FDE 공고에는 창립 멤버 FDE로서 일하는 방식을 함께 만들어 갈 사람을 찾는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직 팀을 키우는 단계라는 뜻이죠. 미국 금융 IT 회사 FIS에는 이미 Anthropic의 FDE가 들어가, 은행의 자금세탁 조사를 몇 시간에서 몇 분으로 줄이는 AI 에이전트를 함께 설계하고 있습니다.
런던 FDE 기본급은 22만 5천~25만 5천 파운드입니다. 1파운드 1,780원으로 계산하면 약 4억~4.5억 원이에요. 뉴욕의 FDE 팀장 자리는 32만~40만 5천 달러, 약 4.3억~5.5억 원입니다.

구글도 뛰어들었습니다.
구글은 클라우드와 딥마인드 양쪽에서 FDE를 뽑습니다. 딥마인드 FDE는 미국 기본급이 17만 4천~23만 2천 달러(약 2.3억~3.1억 원)이고, 보너스 목표가 15% 붙습니다. 한국어를 하는 구글 클라우드 FDE는 싱가포르 근무로 뽑고 있고요.

물론 FDE라고 다 5억을 받는 건 아닙니다. FDE Pulse에서 연봉을 밝힌 공고만 추려 보면, 기본급 중간값이 19만 달러, 약 2.6억 원 정도예요. 그래도 적은 돈은 아니죠.
서울에도 공고가 났습니다.
OpenAI는 지난 6월 서울 근무 FDE 공고를 냈습니다. 주 3일은 사무실에 나오는 방식이에요. 연봉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Anthropic도 서울에서 고객사의 AI 도입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적으로 이끄는 ‘Applied AI Architect’를 뽑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도나도 FDE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FDE를 찾고 있습니다. 마키나락스는 2024년부터 FDE 조직을 운영해 왔고, 올해는 네이버클라우드가 FDE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크래프톤이 두 자릿수 FDE 채용에 나섰습니다. LG CNS와 KT는 팔란티어 사업과 함께 FDE 조직을 만들었고요. SK AX(옛 SK C&C)는 아예 개발자 전체를 FDE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개발자의 70%가 이미 FDE 역할을 하고 있고, 연말까지 100%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에요. FDE 교육 과정까지 생겼습니다.
이 정도면 FDE라는 이름이 남발된다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고객사에 들어가 개발하는 일은 한국 IT 업계에 원래 흔했거든요. 시스템통합(SI) 회사 개발자들이 오래 해 온 파견, 상주 근무가 그렇습니다. 지디넷코리아도 FDE가 기존 SI 파견, 상주 업무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짚었어요.
결국 차이는 이름이 아니라 하는 일에 있습니다. 정해진 요구사항대로 만들어 주고 끝나면 SI고, 무엇을 만들지부터 고객과 같이 정하고 실제 업무에 붙여 성과를 내는 데까지 책임지면 FDE죠. 명함만 FDE로 바꾼다고 FDE가 되는 건 아닙니다.
프롬프트만 잘 쓰면 되는 일이 아닙니다.
AI 관련 직업이라고 하면 AI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요령부터 떠올리기 쉬운데요. FDE는 실제 서비스에 들어갈 코드를 짜는 개발자입니다. Anthropic 공고를 보면 프롬프트를 다루는 실력은 기본이고, AI가 여러 단계의 일을 알아서 처리하게 만드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본 경험, AI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점검하는 평가 체계를 다뤄 본 경험까지 요구합니다. 고객에게 넘기는 것도 직접 만든 에이전트와, AI를 회사 시스템에 연결하는 도구들이에요.
OpenAI 서울 공고는 성과를 재는 기준도 분명합니다. 만든 시스템이 실제 업무에 얼마나 쓰이는지, 일하는 방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평가한다고 적혀 있어요.
사실 FDE 같은 일은 어느 회사에나 있습니다.
꼭 AI 회사에 들어가야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사내 규정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만들고, 영업팀 고객 관리 시스템에 AI를 붙여 후속 연락 초안을 쓰게 하는 일. 요즘 AI를 들이려는 회사라면 어디서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에요. 현장의 일을 파악해서 AI를 붙이고, 실제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죠. 직함만 없을 뿐, 이미 회사 안에서 FDE처럼 일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하기는커녕, AI를 실제 일터에 붙이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오히려 사람 몸값이 뛰고 있습니다. 코딩만 잘해서도, AI만 잘 알아서도 안 되고, 남의 회사 일을 이해해서 끝까지 돌아가게 만들 줄 알아야 하니까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 같지 않나요? 1810년대 영국에서는 방직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직공들이 기계를 부수고 다녔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이죠. 그런데 19세기 동안 천 한 마를 짜는 데 드는 일손의 98%를 기계가 대신하게 됐는데도, 공장에서 베 짜는 일자리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천값이 싸지자 천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아졌거든요.
ATM이 나왔을 때도 은행 창구 직원이 사라질 거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ATM이 퍼지는 동안 창구 직원 일자리는 줄지 않았어요. 지점 하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자 은행들이 지점을 더 많이 냈고, 창구 직원은 돈을 세는 일보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AI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분석 회사 라이트캐스트에 따르면 올해 1~8월 FDE 채용 공고는 1년 전보다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2023년과 비교하면 47배가 넘고요. 공고에 적힌 연봉 중간값도 18만 8천 달러(약 2.5억 원)로, 일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약 14만 5천 달러, 약 2억 원)보다 30% 가까이 높습니다.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 전체로 넓혀 봐도 마찬가지예요. 컨설팅사 PwC가 27개 나라의 채용 공고 10억 건 이상을 분석해 보니, AI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비슷한 다른 일자리보다 연봉을 평균 62% 더 내걸었습니다. 1년 전 분석 때 57%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어요.

https://openai.com/index/openai-launches-the-deployment-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