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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VAC 2026에 나온 사회혁신 현장의 AI 사례

8분 분량

지난 9월 21~22일 서울 코엑스에서 SOVAC 2026이 열렸습니다. SOVAC은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기업 재단처럼 사회문제를 푸는 조직들이 모이는 행사인데요. 올해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와 함께 열렸고, 400여 곳이 참여했습니다.

행사 곳곳에서 AI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큰 기술 회사보다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조직들이 AI를 직접 써 본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중 눈에 띄는 사례를 모아 봤습니다.

9월 22일 코엑스 SOVAC 2026 무대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 나석권 대표가 'SEE SV'를 소개(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
9월 22일 코엑스 SOVAC 2026 무대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 나석권 대표가 'SEE SV'를 소개(사회적가치연구원 제공).

넘어진 어르신을 AI가 알아챕니다.

소셜벤처 별따러가자는 충남 예산군 어르신들의 오토바이에 센서를 달았습니다. 카메라 없이 움직임과 충격만 기록하고, AI가 이 기록을 보고 위험한 운전과 진짜 사고를 가려냅니다. 사고로 판단되면 119와 112로 연결되고요.

김경목 대표가 주목한 건, 사고로 쓰러진 어르신 곁에 사람이 없거나 휴대폰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도움을 부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개막식 무대에서 지금까지 어르신 11명을 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가 나고 한 시간쯤 지나서야 발견되던 것이 1분 안팎으로 줄었다고 하고요.

기술보다 먼저 필요했던 건 주민들의 신뢰였다고 합니다. 그걸 쌓는 데만 2년쯤 걸렸다고 합니다. 돈 문제도 있습니다. 11명을 구했지만 이 사업 매출은 1억 원 정도에 그쳤습니다. 반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AI를 계속 검증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듭니다. 그래도 김 대표는 “그만둘 수 없다. 신뢰를 저버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약사의 상담 기록을 AI가 정리합니다.

비영리단체 늘픔가치는 약사가 동네를 찾아가 주민들의 약 복용을 상담하는 ‘찾아가는 복약상담소’를 엽니다. 상담이 끝나면 기록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꽤 들었는데요. 지금은 상담을 녹음하면 AI가 복약 기록을 정리해 주는 ‘케어링노트’를 씁니다. 카카오 임팩트재단의 지원으로 IT 개발자들과 함께 만든 도구입니다.

기록에 드는 시간은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도입 뒤 1년 6개월 동안 상담 횟수는 10회에서 53회로, 만난 주민은 120명에서 437명으로, 함께하는 약사는 6명에서 30명으로 늘었고요.

올해 5월부터는 늘픔가치 구성원 분들께서 AI 코딩 도구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손글씨 메모를 할 일 목록으로 바꾸는 도구, 약사와 상담 시간을 맞추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요. 박상원 대표도 공모사업 마감을 놓치지 않게 알려 주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박 대표는 “IT 개발자들이 만들어준 도구를 고쳐 쓰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벽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잘 안 되는 곳에서는 녹음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고, 장애가 있는 주민을 만나면 기존 양식에 담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500건 넘게 쌓인 상담 기록을 AI가 분석해, 더 살펴봐야 할 사례를 신호등처럼 표시하는 기능을 만들고 있습니다.

9월 22일 카카오 임팩트재단이 사회혁신 현장의 AI 활용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입니다(카카오 제공).
9월 22일 카카오 임팩트재단이 사회혁신 현장의 AI 활용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입니다(카카오 제공).

카카오 임팩트재단도 재단 안에서 먼저 AI를 써 봤습니다. AI로 일하는 방식을 고쳐 본 적이 있는 구성원이 4월 29%에서 8월 말 65%로 늘었고, 구성원들은 하루 평균 107분을 아꼈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AI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 이른바 AX를 다섯 단계로 정리한 가이드도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했어요. 류석영 이사장은 AI가 비영리 조직의 문제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며 “작은 조직일수록 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AI가 매주 안부 전화를 겁니다.

사회적기업 에이아이웍스는 남북하나재단 사업으로 북한이탈주민 약 200명에게 매주 AI 안부 전화를 겁니다. AI가 건강, 식사, 수면, 복약, 심리, 생활, 안전 일곱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위험 신호가 보이면 바로 담당자에게 알립니다. 지난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이어서 묻기도 하고요.

SKT와 함께하는 ‘케어비아’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기관의 행동 기록을 AI로 자동화합니다. 12곳에 도입됐고, 기록 시간을 최대 90% 줄였다고 합니다.

에이아이웍스의 SOVAC 2026 부스 안내 카드입니다(에이아이웍스 블로그).
에이아이웍스의 SOVAC 2026 부스 안내 카드입니다(에이아이웍스 블로그).

목소리를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NC문화재단은 말로 뜻을 전하기 어려운 사람이 그림 버튼을 눌러 말하는 앱 ‘나의 AAC’를 무료로 배포합니다. 발표를 맡은 노유란 팀장은 앱을 새로 만들면서 사용자를 만나러 다니다 들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 중년 남성이 카페에서 AAC를 켜면 여성 목소리가 나와서 주변 사람들이 전부 쳐다본다는 거였어요.

“커피 사는 일로 시선을 받을 일은 아니잖아요. 불편해서 더는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재단은 AI 목소리를 넣어, 남녀노소 목소리 가운데 자기와 가까운 걸 고를 수 있게 했습니다. 앱을 새로 낸 뒤 2년 동안 사용자는 33만 7천 명을 넘었고, 그림 버튼은 540만 번 눌렸습니다.

'나의 AAC' 앱스토어 소개 화면입니다. 오른쪽 화면에서 아동, 청년, 중년의 남녀 AI 목소리를 고를 수 있어요(NC문화재단).
'나의 AAC' 앱스토어 소개 화면입니다. 오른쪽 화면에서 아동, 청년, 중년의 남녀 AI 목소리를 고를 수 있어요(NC문화재단).

대출 면접 통화를 AI로 분석했습니다.

사회연대은행은 신용점수보다 사람의 사정을 듣고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비영리 기관입니다. KAIST 연구팀이 이곳의 전화 면접 375명분을 글로 옮겨 AI로 분류해 봤더니, 43%의 통화에서 신청서에 없던 사정이 새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발표에서도 AI는 “심사자를 대신해 판단하지 않고” 심사 과정을 점검하는 분석 도구로 썼다고 분명히 했어요.

사회공헌 성과 평가도 AI가 초안을 씁니다.

SK가 세운 사회적가치연구원은 기업 사회공헌의 성과를 재는 AI 플랫폼 ‘SEE SV’를 처음 공개했습니다. 자료를 올리면 AI가 근거와 판단안을 먼저 내놓고, 최종 결정은 사람이 합니다. 사람이 고치고 확정한 결과는 다시 쌓여 AI를 다듬는 데 쓰이고요.

예를 들어 결식아동 도시락 사업이라면, 예전에는 ‘도시락 값 × 지원한 끼니 수’로 끝났습니다. SEE SV는 아이들이 학교 공부할 기회를 잃지 않게 된 효과까지 돈으로 따져 봅니다. 올해 말에 먼저 시험판을 열 계획이에요.

같은 자리에서 초록우산 최예숙 님은 “도달하는 것과 변화하는 것은 다릅니다”라고 했고, 현대해상 박성재 님은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좋은 지표가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하동에서는 300만 원으로 버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본행사에 앞서 9월 1일 성수동에서 열린 SOVAC 살롱 ‘로컬과 AX’에서는 지역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경남 하동에서 전통주 양조장 ‘다른파도’를 하는 이강희 대표는 서울에서 10년 동안 IT와 게임 개발자로 일하다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본행사 무대에도 올랐고요.

손님들이 버스 정보가 틀린다고 했답니다. 포털 지도에는 8분 걸리는 길이 1시간 20분으로 나와 있었대요. 이 대표는 석 달 동안 직접 버스를 타고 시간을 재서 버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든 돈은 300만 원이었어요. 같은 해 경남도는 34억 원을 들여 버스 데이터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요.

그런데 할머니들께 버스 시간이 정확한 게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관심 없다, 정류장에 한두 시간 앉아서 수다 떠는 게 중요하지”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차라리 정류장에 햇빛 가리개와 에어컨을 놓는 게 나은 정책일 거라며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가 하지 않았던 질문은 ‘버스는 누가 타는가’였습니다.”

그가 4년 동안 함께 일한 냉동김밥 회사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문서 1,400개와 데이터 4만 2천 개를 정리한 뒤, 600만 원짜리 카메라 대신 원래 있던 CCTV에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된 AI 모델을 붙여 김밥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보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요술방망이는 없어요”라고 했습니다. 정말 값진 건 데이터를 옮긴 그 4년이었다는 거죠.

이 밖에도 메타크라우드는 통화 내용을 휴대폰 안에서 AI로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잡는 ‘보이스쉴드’를, 러플은 시각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AI 미디어아트를 소개했습니다.

AI는 알아채고,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사례들을 모아 보니 비슷한 모양이 보입니다. AI는 기록하고, 분류하고, 위험을 먼저 알아채는 일을 맡았습니다. 늘픔가치처럼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난 곳도 있었고요. 무엇을 할지 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 몫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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