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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게임을 통째로 다시 만드는 시대, 게임 체험판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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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Drunken Goddess Reflux’ 스팀 대표 이미지(스팀)를 넣어 새로 만들었어요.
표지: ‘Drunken Goddess Reflux’ 스팀 대표 이미지(스팀)를 넣어 새로 만들었어요.

10월 16일, 일본 게임사 Alliance Arts가 사흘 뒤 공개하려던 ‘Drunken Goddess Reflux’ 체험판을 취소했습니다. 누구나 받아서 해 볼 수 있게 풀 예정이었는데, 정해진 인원만 참여하는 비공개 온라인 플레이로 바꿨어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플레이 영상을 올리거나 방송하는 데 제한을 걸고 체험판을 풀려 했는데, 지금 인원으로는 그 제한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체험판 내용을 가지고 AI 같은 도구로 게임의 연출과 플레이를 빠르게 흉내 내거나 그대로 만들어, 정식 출시보다 먼저 내놓을 수 있다는 걱정을 들었습니다.

Alliance Arts가 10월 16일 X에 올린 체험판 취소 공지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AI를 들었어요(Alliance Arts X).
Alliance Arts가 10월 16일 X에 올린 체험판 취소 공지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AI를 들었어요(Alliance Arts X).

이 소식을 전한 게임 매체 Dexerto의 X 글은 이틀도 안 돼 조회수 87만 6천, 좋아요 2만 2천을 넘겼습니다. Alliance Arts의 공지(조회수 6만 1천)보다 14배 넘게 퍼졌어요. 체험판 하나로 게임을 베낀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친 걱정이 아닙니다.

Claude Opus 5.5가 나온 건 9월 22일(미국 시간)입니다. 엿새 뒤인 9월 28일, 개발자 크리스 퍼스트(Chris First)가 X에 ‘Fallout: New York’을 올렸습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하는 폴아웃 게임인데, Claude Opus 5.5로 만들었다고 밝혔어요. 퀘스트와 대화 선택지, 폴아웃 특유의 조준 시스템 V.A.T.S., 손목에 찬 단말기 핍보이(Pip-Boy)까지 돌아갑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 설명입니다. 텍스처 파일도, 소리 파일도 하나 없이 건물과 무기, 얼굴, 소리를 전부 코드로 만들었다고 해요. 이 글은 조회수 364만을 넘겼습니다.

Claude Opus 5.5로 만든 ‘Fallout: New York’의 핍보이 지도와 전투 장면입니다. 그림과 소리 파일 없이 전부 코드로 그렸다고 해요(크리스 퍼스트 X).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사흘 뒤인 10월 1일, 크리스 퍼스트는 프로젝트를 접었습니다. 베데스다로부터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단 요구를 받았다며 그 문서를 캡처해 올렸어요.

이번에는 진짜 게임 코드를 되살렸습니다.

Fallout: New York은 겉모습을 보고 새로 짠 게임입니다. 원래 게임의 코드는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같은 시기에 진짜 게임의 코드를 통째로 되살리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9월 30일, 개발자 모리스 호이만(Maurice Heumann)은 PC판 원조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를 생성형 AI로 디컴파일하고 있다고 X에 올렸습니다. 디컴파일은 컴퓨터가 알아듣는 형태로 바뀐 프로그램을 거꾸로 되돌려,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코드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는 “에이전트 17개가 동시에 일하고 있다”며 게임을 이제 끝까지 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버그도 거의 다 잡았다고 했습니다. 액티비전은 저작권자 신고로 그 영상을 내리게 했고요.

10월 9일(미국 시간)에는 게임 매체 코타쿠(Kotaku)가 지난 2주 사이 AI로 디컴파일한 에뮬레이터와 게임이 수백 개 쏟아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유로 든 게 바로 Claude Opus 5.5입니다. 디컴파일을 아주 잘한다는 거예요. 기자는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헤일로: 컴뱃 이볼브드, GTA: 바이스 시티, 스케이트 3, 심슨: 힛 앤 런의 브라우저 이식판을 소개하면서, 직접 해 보니 몇몇은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썼습니다. 심슨 게임은 초당 240프레임까지 돌았고, 헤일로 이식판 네 개 중 하나는 온라인 서버까지 돌아갔다고 해요.

코타쿠는 Claude Opus 5.5를 밤새 켜 두면 게임을 디컴파일해 주는 AI라고 표현했습니다. 예전에는 몇 달씩 걸리던 일입니다. 지난주 ‘비싼 돈 들여 만든 프로그램, 이제 AI가 순식간에 만들어버립니다’에서 소개했던 AI 역공학이, 함수 하나를 넘어 게임 한 편 단위로 커진 셈입니다.

Anthropic도 Opus 5.5를 내놓으며 생물학과 사이버 보안 능력이 Claude Mythos 5.1과 비슷한 수준이라, Claude Fable 5.1에 붙였던 것과 비슷한 안전장치를 함께 단다고 밝혔습니다. 프로그램을 거꾸로 뜯어보는 역공학은 보안 분석의 기본기이기도 합니다.

코타쿠가 소개한 브라우저 이식판 모음 글은 지금 저작권 사유로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없습니다(X).
코타쿠가 소개한 브라우저 이식판 모음 글은 지금 저작권 사유로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없습니다(X).

체험판은 좋은 재료가 됩니다.

이식판을 만들려면 원래 게임 파일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나온 게임이라면 구하기 어렵지 않죠. 아직 나오지 않은 게임은 다릅니다. 체험판이 사실상 유일한 재료예요. 체험판은 정식판의 일부를 잘라 낸 실행 파일이라, 그림과 연출, 조작감, 규칙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체험판을 공개하면 두 길이 함께 열립니다. Fallout: New York처럼 겉모습을 보고 새로 짜는 길, 그리고 파일을 뜯어보는 길입니다. Alliance Arts가 걱정한 것도 연출과 플레이를 흉내 낸 게임이 정식 출시보다 먼저 나오는 일이었어요.

Alliance Arts는 체험판 대신 비공개 플레이를 택했습니다. 참가자는 참여 조건과 플레이 영상 게시/방송 규칙을 미리 읽고 동의해야 하고, 신청과 안내는 공식 디스코드에서 받습니다. Dexerto는 이 규칙에 AI로 게임을 분석하거나 베끼는 걸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직은 옛날 게임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아무 게임이나 하룻밤에 뜯기는 건 아닙니다. 코타쿠가 짚었듯 브라우저로 옮겨진 게임은 대부분 PS2/PS3 시절 작품입니다. PS3의 메모리는 약 512MB였는데, 기자가 글을 쓰던 웹 브라우저 하나가 약 1,200MB를 쓰고 있었다고 해요. 지금 컴퓨터에는 가벼운 게임들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일을 망치기도 합니다. 모던 워페어 2를 디컴파일하던 호이만은 AI 에이전트가 자기 작업물을 전부 지워 버렸다고 불평하는 글을 연달아 올렸어요.

법도 남아 있습니다. 베데스다와 액티비전은 바로 막아섰고, 코타쿠가 소개한 이식판 모음 글도 저작권 사유로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다만 코타쿠의 말처럼, 만들기가 이렇게 쉬우면 내린 자리에 새 버전이 올라오는 걸 막기 어렵습니다. 두더지 잡기가 된 셈이에요.

게임만의 일은 아닙니다.

먼저 써 보게 하는 건 소프트웨어를 파는 가장 흔한 방법이었습니다. 게임 체험판, 앱 무료 체험, 공개 베타가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공개한 만큼이 곧 베낄 재료가 된다면, 회사들은 보여 주는 범위부터 줄일 것 같습니다. 비공개 테스트에서 동의서를 받고, 중요한 기능은 서버에 두고, 베끼는 쪽보다 빨리 고치는 식으로요.

Alliance Arts의 결정은 작은 회사 하나의 선택입니다. 그래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하룻밤으로 줄어든 지금, 무엇을 언제 보여 줄지가 점점 더 중요한 결정이 되는 듯싶습니다.

https://x.com/AllianceArtsEN/status/2111043223326163101